티스토리 뷰

반응형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가을이 되면 그 이름처럼 ‘고요한 아침의 빛’을 품은 정원이 된다. 단풍이 붉게 물들고 국화와 억새가 어우러지는 시기에는 마치 화폭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준다. 정원 곳곳에는 한국의 정서를 담은 조경과 계절꽃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이 가진 본연의 색을 극대화한다. 특히 가을축제 기간에는 테마별 정원이 단풍빛으로 물들어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가을의 빛이 내리는 정원

가평의 산자락 아래 자리한 아침고요수목원은 해발 700m의 청정한 공기와 맑은 하늘 덕분에 가을의 색이 더욱 또렷하다. 정문을 지나 첫 발을 내딛으면, 이미 다른 계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흐른다. 붉은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나무 그림자를 길게 늘인다. 이름 그대로 ‘아침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도시의 소음이 전혀 닿지 않는다.

수목원의 길은 완만하고 넓게 이어져 있어 누구나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은 은은하게 잎을 비추며, 바람이 불면 단풍잎이 살짝 흔들리며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가을의 이 정원은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귀와 코,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는 공간이다.

정원 안 곳곳에는 작고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있어 단풍빛 풍경에 포인트를 더한다. 특히 중앙정원에서 바라보는 단풍의 파노라마는 압도적이다. 붉은빛과 노란빛, 그리고 여전히 푸른 침엽수의 색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유화처럼 펼쳐진다. 이 순간, 방문객들은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테마 정원 속에 스며든 가을의 서정

아침고요수목원의 가장 큰 매력은 정원이 단순히 식물의 배열이 아니라 ‘이야기를 가진 공간’이라는 점이다. 특히 가을축제 기간에는 각 정원이 저마다의 테마로 꾸며져, 마치 계절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하다. ‘하늘정원’에서는 고지대에서 내려다보는 단풍 숲의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침엽수정원’에서는 초록빛 나무 사이로 단풍잎이 반짝이며 계절의 대비를 보여준다.

‘한국정원’은 특히 가을에 빛난다. 전통 한옥의 담장과 연못, 그리고 정자 주변을 둘러싼 단풍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한국적 미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 정자에 앉아 있으면 바람결에 흩날리는 낙엽이 연못 위로 내려앉고, 그 위로 햇살이 비쳐 반짝인다. 이 순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마음이 한층 맑아지는 느낌을 준다.

또한 ‘야생화정원’에서는 국화와 코스모스가 단풍과 함께 피어나며, 가을의 색감이 한층 다채로워진다. 아이들은 단풍잎을 주워 모으고, 어른들은 잠시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계절의 냄새를 맡는다. 아침고요수목원의 가을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일상의 쉼표 같은 존재다.

 

 

빛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밤

가을축제 기간에는 낮의 단풍뿐만 아니라 밤의 풍경도 특별하다. 해가 지면 정원 곳곳에 조명이 켜지며 단풍잎이 은은한 불빛에 물든다. ‘빛의 정원’에서는 조명과 단풍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는 빛의 터널은 마치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특히 수목원의 중앙 광장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린다. 전통 음악과 클래식 연주,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이 이어지며 가을 정취를 더한다. 관람객들은 단풍 사이에 자리한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밤공기를 마신다. 그 고요한 순간, 사람들은 문득 깨닫는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소리 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마음을 채운다는 것을.

축제의 밤에는 사진가들도 몰려든다. 단풍에 비친 조명이 반사되어 만들어내는 빛의 굴절, 그리고 그 위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흔적은 사진으로 다 담기 어려울 만큼 생동감 있다. 그래서 아침고요수목원의 가을은 ‘직접 걸어야만 이해되는 정원’이라 불린다.

 

 

가을 정원의 철학과 위로

아침고요수목원의 설립자는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언어 없는 시”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곳의 가을은 치유의 공간에 가깝다. 도시의 소음과 빠른 일상에 익숙한 사람들도 이곳에 오면 걸음이 느려지고, 마음의 소음이 잦아든다. 단풍잎이 하나둘 떨어질 때마다, 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 조용히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듯하다.

가을의 정원은 화려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다. 자연은 언제나 자신의 속도로 변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잠시 멈춰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자연의 질서와 계절의 순환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균형을 되찾는다. 그것이 아침고요수목원이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다.

 

 

결국 남는 것은 ‘고요함의 기억’

가을이 지나면 단풍은 모두 떨어지지만, 아침고요수목원을 다녀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고요한 색감과 냄새가 남는다. 수많은 단풍 명소 중에서도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소리 없는 감동’을 전하기 때문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감정. 그것이 바로 아침고요수목원의 가을이다.

 

이곳을 걷는다는 것은 풍경을 본다는 의미를 넘어, ‘자연과 자신이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는 뜻이다. 단풍의 색이 사라져도, 그 고요함은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음 해의 가을이 오면, 또다시 이 정원을 찾는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계절의 순환 속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느림과 여유를 되찾게 하는 가장 따뜻한 장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