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 설악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에는 그 빛이 유난히 깊어진다. 그 중심에는 권금성 케이블카가 있다. 바람이 매서운 계절에도 이 케이블카는 하늘로 향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설악의 능선, 눈 덮인 소나무, 그리고 얼음으로 굳은 계곡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설악산의 겨울은 인간이 감히 꾸밀 수 없는 자연의 순수한 예술이며, 권금성 케이블카는 그 예술의 중심으로 안내하는 문이다. 설악으로 향하는 길서울에서 출발해 속초로 향하는 길은 점점 색을 잃어간다. 도심의 네온빛이 사라지고, 차창 밖 풍경은 회색과 흰색으로 채워진다. 설악산에 가까워질수록 공기는 차가워지고, 바람은 강해진다. 고개를 돌리면 멀리 하얀 산의 능선이 보인다. 그것이 바로 겨울의 문턱, 설악의 시작이다.속초 도심을 ..
겨울이 깊어질수록 덕유산은 흰 눈으로 덮이며 완벽한 침묵의 세계로 변한다. 무주의 덕유산 설경 트레킹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여정이다. 하늘과 산, 나무와 바람이 모두 같은 색으로 물드는 순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을 잊는다. 덕유산의 겨울은 차갑지만 따뜻하고, 고요하지만 살아 있다. 그 풍경 속에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순백의 아름다움이 있다. 하얀 산의 초입- 겨울을 향한 첫걸음무주의 아침은 유난히 투명하다. 해가 막 떠오르기 전, 덕유산 입구에는 서리가 내려앉고 공기는 수정처럼 차갑다. 등산객들은 두꺼운 옷을 여미며 스틱을 손에 쥔다. “오늘은 눈이 더 쌓였대요.”라는 말이 들리면 모두의 눈빛이 조금 더 밝아진다. 덕유산은 겨울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
태백산은 한국에서 겨울의 상징과도 같은 산이다. 해마다 1월이면 태백산 눈꽃 축제가 열려, 산 전체가 눈으로 장식된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변한다. 하늘에서 내린 눈이 나무마다 흰 옷을 입히고, 바람조차 얼어붙은 듯 고요하다. 축제를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눈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눈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모여든다. 태백산의 눈꽃은 겨울의 끝자락에 피어나는 가장 순수한 기적이다. 첫눈의 고장, 태백으로 향하는 길태백은 강원도의 중심에 자리한 고원 도시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눈이 내리는 지역 중 하나다. 기차를 타고 태백역에 내리면 공기가 다르다. 서늘하고 투명한 냄새가 난다. 길가의 가로수는 이미 흰 눈을 머금었고, 사람들의 옷깃에는 차가운 숨결이 맺힌다. 축제가 열리는 시..
강릉 정동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 중 하나로, 해돋이 명소의 대명사로 불린다. 바다와 철길이 맞닿은 독특한 풍경 속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는 삶의 시작과도 같은 감동을 준다. 매년 새해 첫날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소원을 빌고, 평범한 날의 새벽에도 낭만과 희망을 품은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정동진의 해돋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이 시간의 경계를 마주하는 신성한 의식이다. 어둠을 걷는 새벽, 바다를 향해 걷는 길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강릉의 공기는 유난히 맑고 차갑다. 정동진역 앞에 내리면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파도 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어둠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동쪽 하늘이 미묘하게 밝아진다. 바다를 향해 걷는 그 길 위에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모..
강원도 인제의 백담사는 설악산 자락 깊숙이 자리한 사찰로, 겨울이 되면 하늘과 땅의 경계조차 사라지는 듯한 순백의 세계로 변한다. 눈이 내리면 세상은 멈추고, 오직 산과 절과 바람만이 존재한다. 불교의 고요와 설악의 장엄함이 맞닿은 그곳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침묵의 평화’를 배운다. 백담사의 겨울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을 씻어내는 의식이자 인간의 본질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설악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길, 눈과 침묵이 맞닿는 순간인제읍에서 백담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겨울이면 세상과 분리된 또 다른 세계로 변한다. 설악산 자락을 따라 난 길은 눈으로 덮여 있고, 나무들은 무거운 눈을 이고 묵묵히 서 있다. 차가 다닐 수 없는 구간은 걸어서 들어가야 하기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발걸음을 늦춘다.그 ..
겨울의 춘천은 물의 도시답게 고요하고, 동시에 서정적이다. 특히 공지천 호수는 겨울이 되면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 정적에 잠긴다. 이른 아침이면 호수 위에 옅은 안개가 깔리고, 그 위로 새들이 조용히 날아오른다. 물과 안개, 얼음과 빛이 뒤섞인 그 풍경은 마치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하다. 춘천의 겨울은 단순히 차가운 계절이 아니라, 사색이 머무는 시간이며, 공지천은 그 계절의 중심에서 겨울의 숨결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안개가 내리는 새벽, 호수가 숨 쉬는 시간겨울 새벽의 춘천은 유난히 조용하다. 공지천으로 향하는 길은 아직 어둠이 남아 있고,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눈길 위를 비춘다. 공기는 차가워 손끝이 저리지만, 그 냉기 속에는 묘한 생명감이 숨어 있다. 해가 뜨..

